0원에 팔린 다음(DAUM), 업스테이지가 삼키다: 포털의 종말과 AI의 도래

개미가 코끼리를 삼키다
모두가 의심했던 뉴스가 현실이 됐습니다. 2026년 1월 30일,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다음(Daum)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M&A가 아닙니다. IT 업계의 권력 지도가 뒤집히는 '사건'입니다. 시가총액 5,000억 원(추정)의 스타트업이 한때 대한민국 인터넷을 지배했던, 그리고 여전히 연매출 3천억 원을 기록하는 공룡을 삼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던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상식이 깨지고, '기술 기업이 레거시를 흡수하는' 새로운 공식이 탄생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역전
딜 구조는 파격적입니다. 수조 원이 오가는 현금 거래가 아닙니다. 돈은 한 푼도 오가지 않았습니다. 카카오가 다음의 운영사(AXZ) 지분 100%를 업스테이지에 통째로 넘기고, 그 대가로 업스테이지의 신규 발행 주식(지분)을 받는 '주식 맞교환(Stock Swap)' 방식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업스테이지는 당장의 '현금' 없이도 덩치를 수십 배 불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카카오는 당장의 '매각 대금'을 포기하는 대신, 업스테이지의 '미래 성장성'에 베팅했습니다. 카카오가 보기에도 현금 몇 푼 챙기는 것보다, 업스테이지가 훗날 상장(IPO)하여 시가총액 수조 원의 유니콘이 되었을 때 지분을 파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바야흐로 다윗이 골리앗의 갑옷을 입고, 골리앗은 다윗의 어깨 위에 올라탄 형국입니다.
카카오의 손절: "다음은 미래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카카오는 다음을 버렸습니다. 손절입니다. 한때 점유율 20%를 넘봤던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이제 3%대까지 추락했습니다. 네이버와 구글에 치이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시간을 뺏긴 결과입니다.
하지만 비용은 그대로입니다. 포털을 유지하기 위한 서버 비용, 인건비, 뉴스 제휴비 등 매년 수천억 원의 고정 비용이 발생합니다. 매출이 3,300억 원이라 해도 이익은 거의 없거나 적자일 수밖에 없는 '계륵' 구조입니다. 여기에 문어발식 확장 비판과 사법 리스크까지 겹친 카카오 입장에서, 다음은 반드시 정리해야 할 '과거의 유산'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는 포털을 버리는 게 아니라, AI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아주 우아하게 짐을 벗어던졌습니다.
서비스가 아니라 광산이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망해가는 서비스를 왜 사나요?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가 미친 거 아닌가요?" 천만에요. 그는 바보가 아닙니다. 그가 산 것은 껍데기뿐인 '다음'이 아니라 그 속에 묻힌 막대한 '데이터'입니다.
Solar의 굶주림
업스테이지의 LLM 모델 '솔라(Solar)'는 배가 고팠습니다. 한국어 능력 평가가 똑똑하다고 합니다. 하지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바로 '학습 데이터의 부족'입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 블로그, 지식iN, 뉴스라는 압도적인 한국어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는 공개된 데이터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LLM의 성능은 결국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읽었느냐'에서 갈립니다. 아무리 모델 아키텍처를 잘 짜도, 읽을 책이 없으면 멍청해집니다. 업스테이지에게 다음은 단순한 웹사이트가 아닙니다. 20년치 한국어 교과서가 천장까지 쌓여있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도서관을 통째로 손에 넣은 것입니다.
20년의 기록: 구어체 데이터의 보물창고
여기서 중요한 건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다음에는 뉴스 기사 같은 딱딱한 문어체만 있는 게 아닙니다. AI가 가장 탐내는 데이터, 바로 '인간의 생생한 대화(Colloquialism)'가 있습니다.
'다음 카페'의 원조 격인 아고라 시절부터 이어진 20년의 댓글들, '티스토리' 블로거들이 남긴 심층적인 리뷰와 감정 섞인 에세이들. 이 데이터는 돈 주고도 못 사는 보물입니다.
- "이거 맛집 맞나요? 낚인 거 같은데." (의심)
- "오늘 비 오니까 파전에 막걸리 땡기네." (맥락)
AI가 기계적인 번역투를 벗어나 진짜 한국 사람처럼 말하게 하려면, 이 뉘앙스가 담긴 데이터가 필수입니다. 챗GPT도, 구글 제미나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한국적인 정서'가 다음 카페 엔진룸 속에 잠자고 있었습니다. 업스테이지는 이 디지털 유전의 채굴권을 독점한 것입니다.
검색의 종말, 대화의 시작
검색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대화'의 시대입니다. 업스테이지는 다음의 파란색 검색창을 'AI 프롬프트 창'으로 바꿔버릴 것입니다. 이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기존 '검색'은 사용자가 키워드를 던지면, 포털은 링크 10개를 던져주고 "네가 알아서 찾아"라고 했습니다. 귀찮고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업스테이지가 만들 'AI 포털'은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 User: "강남역 조용한 이자카야 추천해줘. 소개팅 할 거야."
- Solar: "소개팅이시군요. 시끄러운 곳은 제외했습니다. 룸이 있고 조명이 은은한 'OOO'과 'XXX'가 평점 4.5 이상입니다. 예약해드릴까요?"
링크를 클릭할 필요가 없는 세상.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정답을 주는 세상. 이것이 업스테이지가 꿈꾸는, 그리고 다음을 통해 구현할 포털의 미래입니다.
이해득실 비교
이 거래는 철저한 계산 끝에 나왔습니다. 양측 모두에게 남는 장사입니다.
카카오의 전략 업스테이지의 도박
카카오는 골칫덩이를 처리했습니다. 여론의 뭇매를 맞던 '문어발 확장' 이미지를 쇄신하고, AI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훈장을 달았습니다. 만약 업스테이지가 대박을 터뜨려 상장한다면? 카카오는 조 단위의 평가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리스크는 남에게 넘기고, 과실은 공유하는 영리한 전략입니다.
업스테이지는 시간을 샀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데 걸릴 10년의 시간을 단숨에 단축했습니다. 트래픽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망했다 해도 다음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여전히 수백만 명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도박입니다. 포털 운영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서버 비용, 인건비, 뉴스 제휴비...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엔 벅찬 무게입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솔라가 빛을 보기도 전에 회사가 말라 죽을 수도 있습니다.
생존의 방정식: AI 감원(Automation)
"돈 없는 스타트업이 수천억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하나?" 아마도 정답은 'AI를 통한 비용 제로화'에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 포털은 수백 명의 뉴스 편집자와 운영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업스테이지는 이 자리를 '솔라'로 대체할 겁니다. 뉴스를 배치하고, 악플을 거르고, 광고를 집행하는 모든 과정을 AI가 24시간 자동화합니다. 인건비를 1/10로 줄이는 구조조정, 그것이 그들의 흑자 전환 시나리오입니다. 또한 최근 유치한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브릿지 투자금(현금 실탄)이 당분간의 적자를 버틸 산소호흡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4. 다음(Daum)은 사라질까?
기존의 뉴스 편집 방식, 검색 알고리즘은 모두 폐기될 겁니다. 그 대신 '개인화된 AI 피드'가 메인을 차지 않을까요?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소식을 AI가 미리 요약해서 떠먹여 주는 방식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건 티스토리 블로거들입니다. 내 글이 AI 학습용 땔감으로 쓰이는 걸 반길 창작자는 없습니다. 업스테이지는 기로에 섰습니다. 창작자에게 보상을 주고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데이터를 빨아먹고 버릴 것인가. 전자를 택한다면 티스토리는 부활하겠지만, 후자라면 '디지털 엑소더스'가 일어날 겁니다.
5. AI 시대의 M&A 공식
이번 합병은 상징적입니다. '트래픽'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자산의 재정의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하느냐"가 권력이었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고품질의 데이터를 가졌느냐"가 권력입니다. 유저 수가 줄어도 퀄리티 높은 데이터가 있다면 기업 가치는 유지됩니다.
결국 AI 시대의 승자는 두 부류 뿐입니다. 원천 소스를 쥔 자, 그리고 그것을 가공할 기술을 쥔 자. 업스테이지와 다음의 결합은 이 두 가지를 합치려는 시도입니다.
우리는 지금 '포털의 종말'과 'AI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도박이 성공할지, 아니면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지. 관찰자로서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핵심 요약
1
업스테이지, 카카오와 주식 맞교환으로 다음(Daum) 0원에 인수… 현금 없이 '데이터 채굴권' 확보
2
LLM '솔라'의 한국어 학습 데이터 갈증 해소… 티스토리/카페의 20년치 '구어체' 데이터 확보
3
카카오의 '계륵' 털기 & 업스테이지의 '도박'… 성공 시 네이버 위협하는 AI 포털로 부상 예상
함께 고민해 볼 만한 질문들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얼마에 인수했나요?
현금 거래는 없습니다. 카카오가 다음 운영사(AXZ) 지분 100%를 넘기고, 그 대가로 업스테이지의 신주를 받는 '주식 맞교환(Stock Swap)' 방식입니다.
다음(Daum) 서비스는 사라지나요?
당장 사라지진 않지만, 기존의 검색 중심 포털에서 개인화된 'AI 에이전트(대화형)' 중심으로 근본적인 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